올해 패션은 유행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해석하는 것’에 가깝다
올해 초, 나는 무심코 SNS를 넘기다 한 장의 스트리트 컷에서 멈췄다. 과장된 어깨선의 재킷, 허리를 강조한 실루엣, 그리고 발등을 덮는 와이드 팬츠. 분명 익숙한데 어딘가 달랐다. 알고 보니 2026년 패션 트렌드의 핵심 키워드는 ‘리빌드(Rebuild)’였다. 과거의 것을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감각.
이번 시즌은 단순한 복고가 아니다. Y2K 이후 이어지던 키치한 무드가 한 단계 정리되었고, 대신 더 구조적이고 더 성숙해졌다. 맥시멀과 미니멀의 중간 지점. 강하지만 정제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파워 숄더의 귀환, 하지만 더 조용하게
몇 해 전에도 오버사이즈 재킷은 있었다. 하지만 2026년의 재킷은 다르다. 어깨선은 분명히 살아 있고, 허리는 살짝 들어간다. 전체적으로는 직선적이지만, 몸의 라인을 완전히 지우지는 않는다.
런웨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Prada와 Saint Laurent 컬렉션이었다. 두 브랜드 모두 구조적인 테일러링을 강조했지만, 과거처럼 과시적이지 않았다. 컬러는 블랙, 차콜, 다크 브라운 중심. 힘은 있지만 소리치지 않는 스타일.
이건 출근룩이면서 동시에 애티튜드다. 어쩌면 2026년은 ‘일 잘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옷’이 유행하는 해인지도 모른다.
보헤미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진화했을 뿐
작년까지는 프릴, 레이스, 시폰이 낭만적으로 흩날렸다. 올해는 그 감성이 조금 더 차분해졌다. 롱 드레스 위에 구조적인 베스트를 레이어드하거나, 러플 블라우스에 매니시한 팬츠를 매치한다.
특히 Chloé의 컬렉션은 ‘도시형 보헤미안’이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흘러내리는 소재에 견고한 벨트를 더하고, 빈티지 무드의 프린트에 미니멀 백을 매치한다. 자유롭지만 흐트러지지 않는 스타일.
이제 보헤미안은 여행지에서만 입는 룩이 아니다. 도심 한복판에서도 충분히 설득력을 가진다.
컬러는 더 깊고, 더 현실적이다
2026년의 컬러 팔레트는 의외로 차분하다. 버터 옐로, 세이지 그린, 딥 버건디, 스모키 블루. 채도는 낮지만 존재감은 분명하다.
눈에 띄는 건 ‘브라운의 재발견’이다. 초콜릿 브라운, 레더 브라운, 코코아 톤이 다양한 소재로 확장된다. 가죽 재킷, 스웨이드 백, 니트 셋업까지. 따뜻하면서도 세련된 무드.
한 패션 에디터는 이렇게 표현했다. “이제 컬러는 튀는 게 아니라, 스며든다.” 2026년의 색은 조용히 오래 남는다.
가방은 실용성으로 돌아왔다
몇 시즌 동안 마이크로 백이 주목받았지만, 이제는 현실적인 사이즈가 돌아왔다. 노트북이 들어가는 토트, 구조적인 숄더백, 넉넉한 슬라우치 백.
특히 Bottega Veneta는 미니멀한 위빙 디테일을 유지하면서도 실용적인 사이즈로 방향을 잡았다. 로고를 드러내지 않아도 브랜드가 느껴지는 디자인. 과시 대신 완성도.
이건 단순히 ‘큰 가방’이 아니다. 삶의 리듬을 담는 가방이다.
스포츠웨어는 더 세련되게
트랙 재킷, 바이커 쇼츠, 스니커즈는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운동복처럼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입는다. 트랙 팬츠에 힐을 매치하거나, 테일러드 코트 안에 기능성 집업을 레이어드한다.
하이브리드 스타일이 자연스러워진 시대. 편안함과 포멀함이 충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이 만들어진다.
결론: 유행은 더 이상 ‘강요’되지 않는다
2026년 패션은 명확한 하나의 룰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꿀 것인가?”
구조적인 재킷을 입을지, 도시형 보헤미안을 선택할지, 깊은 브라운을 시도할지. 중요한 건 브랜드가 아니라 태도다.
우리는 여전히 셀럽의 룩을 참고하고, 런웨이를 스크롤하며 영감을 얻는다. 하지만 마지막 선택은 결국 ‘나’에게 있다.
올해 옷장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손이 가는 아이템은 무엇일까?
2026년은 그 답을 스스로 만드는 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질문.
“이 옷은, 지금의 나를 닮았을까?”
Modilow에서.
.jpg)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