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예전 유행이 다시 돌아올까요? 벨벳, 데님, Y2K까지. 우리가 다시 과거의 패션에 끌리는 이유와 그 안에 담긴 감정의 흐름을 함께 들여다봅니다.

복고-스타일의-옷을-입고-있는-여자

1. 익숙한 것이 주는 위로

얼마 전, 오래된 사진첩을 열었다. 2000년대 초반의 내가 부츠컷 청바지에 반짝이는 가방을 들고 있었다. 그 스타일이 언젠가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날 줄은 그때는 몰랐다.

요즘 거리엔 Y2K 감성이 넘친다. 벨벳, 카고 팬츠, 바가지 머리. 처음엔 웃겼는데, 보다 보니 낯설지가 않다. 그건 아마도 ‘기억’이 이미 내 안에 있기 때문이다. 익숙한 패션은 단순한 멋이 아니라 정서적인 위로가 된다.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과거에서 안정을 찾는다. 그리고 과거의 유행은 그걸 가장 조용하고 안전하게 품어주는 방법이다.

2. 기술이 바꾼 해석 – 더 나은 리메이크

90년대에 불편했던 청바지가 지금은 신축성 좋은 데님으로 다시 나왔다. 뻣뻣했던 트렌치코트가 가볍고 유연한 소재로 바뀌었다. 과거의 유행은 똑같이 돌아오는 게 아니라 기술과 감각으로 다시 태어난다.

나는 요즘 빈티지풍 재킷을 종종 입는다. 어깨가 딱 떨어지는 클래식한 핏인데, 안감은 숨 쉴 틈이 있는 신소재로 되어 있다. 과거의 멋은 그대로인데, 착용감은 지금 시대에 맞다.

지금 패션계에서 ‘복고’는 복사가 아니라 번역이다. 새로운 언어로 말하는 과거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3. 유행은 반복이 아니라 순환이다

유행이 ‘돌아왔다’고 하면 똑같은 게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전과 똑같은 건 하나도 없다.

90년대 스타일이 지금 돌아왔다고 해도 지금의 90년대는 그 시절과 전혀 다르다. 다른 색감, 다른 핏, 다른 배경. 그건 반복이 아니라 순환이다. 시계처럼 되돌아오되 항상 다른 위치에 있는 것이다.

나는 예전 옷을 입을 때마다 그걸 느낀다. 옛날처럼 입지 않으면서도 그 감각은 그대로 갖고 있다. 그래서 복고는 나이 든 게 아니라 감각이 깊어진 거라고 생각한다.

4. 새로움에 지친 감각, 오래된 멋을 다시 꺼낸다

패션은 언제나 새로움을 좇지만, 사실 인간의 감각은 쉽게 지친다. 과도한 정보, 빠른 트렌드, 피로한 선택들. 그래서 사람들은 오래된 멋으로 숨을 돌린다.

나는 바쁜 날일수록 클래식한 옷을 찾는다. 구조가 단순하고 색이 안정적인 것들은 클래식하다. 왜냐하면 그건 고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과거의 트렌드는 선택을 줄이고 여백을 남겨준다.

우리가 복고를 사랑하는 건, 단지 유행해서가 아니라 그 안에 ‘나’를 쉬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결론: 복고는 돌아오는 게 아니라 남아 있는 것이다

어떤 유행은 지나가고 어떤 유행은 돌아온다.
그리고 어떤 감각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언제든 꺼내 입을 수 있도록 남아 있다.

과거의 트렌드는 유물처럼 박제된 게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 맞게 다시 살아난 것이다.

복고는 단순한 회귀가 아니다. 
그건 감각의 기억이고, 감정의 여백이다. 
Modilow는 그 여백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