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엔 평범하지만 나에겐 특별한 의미를 가진 옷, 이런 옷은 누구에게나 하나쯤은 있습니다. 그 옷이 가진 사적인 감정과 이유를 조용히 들여다봅니다. 

모자와-청자켓을-코디한-멋쟁이-여자

1. 그 셔츠는 그냥 흰 셔츠가 아니었다 


이 셔츠를 처음 본 사람들은 늘 이렇게 말한다. “음, 깔끔하네.” 
맞다. 그냥 흰 셔츠다. 포인트도 없고, 버튼도 평범하고, 오버핏도 아니다. 그런데 이 셔츠는 내가 몇 년 동안 버리지 못하는 옷이다. 
처음 이 셔츠를 입은 날은 면접이 있던 날이었다. 긴장한 마음을 누르며 셔츠 단추를 하나씩 잠갔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이 셔츠는 그날의 마음가짐을 기억하게 해 준다. 나한텐 ‘시작하는 마음’을 상징하는 옷이다. 

2. 해진 니트 하나에 쌓인 계절들 


내가 가장 오래 입은 옷 중 하나는 얇은 그레이 니트다. 소매 끝이 조금씩 풀리고 어깨 선도 약간 흐트러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니트를 버리지 못하겠다. 
겨울에는 코트 속에, 봄과 가을엔 단독으로, 여름엔 냉방이 센 카페에서. 이렇게 계절을 타지 않고 내 몸에 익숙해진 옷이다. 사진 속에도 자주 등장하고 중요한 날마다 무심코 꺼내 입은 적이 많다. 내 친구는 이 옷을 입은 나를 보면 이 옷을 교복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은 절대 이 니트가 왜 특별한지 모를 거다. 하지만 나에겐 ‘내가 괜찮아 보이고 싶은 날’ 함께했던 옷이다. 

3. 매년 꺼내 입는 그 셋업 


딱히 트렌디하지도 않고 뭔가 패셔너블한 아이템도 아니다. 블랙 울 셋업 한 벌. 상의는 두툼하고 하의는 스탠더드 핏. 그냥 흔한 정장이다. 
그런데 이 옷만 입으면 자세가 달라진다. 등을 펴고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처음엔 입는 게 불편했지만 지금은 약간의 무게감이 오히려 마음을 잡아준다. 중요한 자리에 갈 때마다 이 셋업을 입는다. 
이건 누가 봐도 “그냥 정장인데?”라고 하겠지만 나한텐 의식처럼 꺼내 입는 옷이다. 하나의 마음가짐. 

4. 작은 감정이 숨어 있는 티셔츠 하나 


아무 무늬 없는 블랙 티셔츠가 하나 있다. 만 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샀고 그냥 편하게 입으려고 산 옷이었다. 그런데 이 티셔츠는 딱 한 번, 뜻밖의 말을 들었을 때 입고 있었다. 
“너, 오늘 되게 스타일 있어 보여.” 
그 한마디가 티셔츠에 감정을 더해버렸다. 그날 이후, 이 티셔츠는 나한텐 ‘괜찮은 날’을 상징하는 옷이 됐다. 옷 자체보다 그날의 기분이 옷에 스며든 것처럼. 

결론: 평범한 옷이 특별해지는 순간은 기억이 입혀질 때다 


특별한 옷은 디자인이나 브랜드가 만드는 게 아니다. 내가 그 옷을 어떤 순간에 입었고 그 옷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누군가 보기엔 아무런 의미도 없겠지만 나에겐 아주 깊은 의미가 될 수 있는 옷. 당신의 옷장에도 분명 그런 옷이 하나쯤 있을 거다. 
그 옷은 말이 없지만 늘 나를 제자리로 데려다준다. Modilow는 그런 옷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