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은 걷기만 해도 멋있어 보인다. 왜일까? 우리가 '멋있다'라고 느끼는 순간의 공통점과 그 안에 숨겨진 감정의 실체를 천천히 풀어본다.
1. 멋은 눈보다 먼저 마음에 들어온다
길을 걷다 보면, 어떤 사람은 그냥 스쳐가고 어떤 사람은 자꾸 눈이 간다. 더 정확히 말하면, 눈이 가는 게 아니라 마음이 멈춘다. 옷 때문일까? 스타일? 헤어? 전부일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 그런 요소들을 분석하지 않아도 ‘멋있다’는 감정은 먼저 와 있다.
나는 이런 경험을 종종 한다. 옷차림은 심플한데 태도나 움직임이 옷과 잘 어우러질 때. 예를 들어, 회색 셋업 수트를 입고도 어깨에 힘 하나 들어가지 않은 사람. 셔츠 깃 하나에 신경 쓴 듯하지만 그걸 과시하지 않는 사람. 멋은 결국 ‘꾸며낸 멋’이 아니라, ‘익숙한 멋’에서 오는 듯하다. 그 사람에게 이미 잘 스며든 것.
2. 멋은 자신감이 아니라 안정감이다
예전에는 ‘멋=자신감’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이제는 좀 달라졌다. 정말 멋있는 사람들은 자신감보다 안정감이 있다. 본인의 옷에, 스타일에, 몸에 불필요하게 들뜬 감정이 없다. ‘이 옷 나한테 잘 어울리겠지?’ 같은 흔들림도 없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한 선배였다. 그 사람은 늘 같은 청바지, 같은 스니커즈를 신었는데 매번 새로워 보였다. 패션 아이템이 아닌 태도와 자세, 그리고 그 사람만의 리듬 때문이었다. 꾸미지 않았지만 정리된 사람. 그게 진짜 멋이었다.
3. 스타일보다 더 중요한 건 '이유'
멋은 단순히 잘 입는다고 생기지 않는다. 그 옷을 왜 입었는지, 그 스타일을 왜 선택했는지의 이유가 있을 때 멋이 생긴다. 옷의 ‘설명’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맥락’이 중요하다.
어느 날 검정 반팔티에 아이보리 팬츠를 입고 나갔다. 그날따라 유난히 간결한 조합이 필요했던 날이었다. 어딜 가도 시선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내 몸과 마음이 너무 편했다. 거울 속 모습에 스스로 만족하는 그 느낌. 멋은 누군가가 인정해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괜찮다”라고 느끼는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4. 결국 멋은 말이 아닌 공기처럼 흐른다
멋있는 사람을 떠올리면, 그 사람은 대체로 ‘말이 적다’. 말보다 먼저 풍기는 분위기, 말하지 않아도 감지되는 무드. 그게 멋의 본질 아닐까.
옷도 마찬가지다. 나 이 옷 샀다고, 몇 만 원 주고 입었다고 말하지 않아도 그냥 분위기로 전해지는 것. 시선을 끌려고 하지 않아도, 시선이 머무는 사람. 그건 아마도 자기만의 속도를 가진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멋이다.
결론: 멋은 기술이 아니라 감각이다
우리는 멋을 따라 하려 하지만, 진짜 멋은 따라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멋은 기교보다 감정, 설명보다 흐름, 그리고 옷보다 태도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오늘 고른 옷에 확신이 있었다면, 그건 이미 멋이다. 그 확신을 조금씩 쌓아가다 보면, 어느 날은 누군가가 당신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저 사람, 그냥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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