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속에서도 밍크코트가 매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한 재고 정리를 넘어, 지금의 소비자들은 더욱 전략적이고 똑똑하게 '겨울 준비'에 나서고 있다. 역시즌 마케팅의 힘을 들여다본다.
그날, 홈쇼핑 화면이 나를 멈춰 세웠다
7월 어느 날이었다.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TV를 틀었고, 홈쇼핑에선 겨울 밍크코트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순간 ‘지금 이걸 누가 사?’란 생각이 스쳤다. 그런데 불과 몇 분 뒤, ‘매진’이라는 자막이 떠올랐다. 나는 리모컨을 멈춘 채, 그 화면을 몇 초간 응시했다.
무더위 속 5억 원어치 밍크코트가 팔려나간 건, 우연이 아니었다. 검색을 해보니, 이건 요즘 소비자들의 아주 ‘계획적인 행동’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역시즌 시즌, 그건 단순한 시기 착오가 아니라 ‘선수들의 움직임’이었다.
여름에 겨울을 사는 사람들
한여름 밍크코트 완판. 이해 안 되던 그 뉴스의 핵심엔 ‘역시즌 마케팅’이 있었다. 브랜드들은 시즌 오기 전 미리 신상품을 출시하고, 파격적인 할인으로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한다. 소비자는 정가의 절반 가격으로 고가 아이템을 선점하고, 브랜드는 빠른 자금 회수가 가능해진다. 서로의 계산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특히 밍크코트 같은 고가 제품은 겨울 직전에 사면 인기 색상이나 사이즈가 품절이기 일쑤다. 여름에 미리 구입하면 가격도 낮고, 선택권도 넓다. 최근에는 ‘미리 보기’ 성격의 프리오더 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한여름에도 겨울옷을 둘러보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MZ세대, 밍크를 다시 꺼내들다
예전엔 밍크코트 하면 중년 여성들이 먼저 떠올랐지만, 요즘은 다르다. 오히려 Z세대는 ‘레트로’와 ‘조용한 럭셔리’ 트렌드를 즐기며, 밍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하고 있다. 톤 다운된 파스텔 밍크, 크롭트 실루엣, 캐주얼한 데님 매치까지. 밍크는 더 이상 무거운 옷이 아니다.
스타일리시한 셀럽들은 인조 밍크로 구성된 오버핏 아우터를 SNS에 올리며 ‘밍크 재해석’ 바람을 주도한다. 그렇게 밍크는 ‘다시 입고 싶은 옷’이 되고 있다. 여름부터 눈여겨본 소비자들은 겨울이 오면 가장 먼저 그 아이템을 꺼낼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 사는 건 패션 감각의 선점이기도 하다.
지금 사야 진짜 잘 산다
홈쇼핑, 백화점, 프리오더 온라인 플랫폼까지. 모두가 ‘여름 밍크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방송에서는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자막과 함께, 한정 수량임을 강조한다. 그 자막 하나에 소비자들은 지갑을 연다. 심지어 인기 방송은 시작 10분 만에 전량 매진되기도 한다.
백화점에서는 VIP 고객을 위한 사전 예약 판매를 통해 조용한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한여름에 겨울을 사고, 추위가 시작되면 옷장 안에서 꺼내 입는 그 여유. 밍크는 이제 보온보다도 타이밍과 감각의 상징이 되었다.
역시즌 쇼핑은 ‘현명함’의 또 다른 이름
우리는 더 이상 계절에 맞춰 사지 않는다. 대신 다음 계절을 읽고, 준비하며, 선점한다. 밍크코트를 여름에 사는 건 그저 빠른 쇼핑이 아니라, ‘겨울을 디자인하는’ 소비의 진화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면, 한 가지 기억하자. 유행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한발 먼저 움직인 사람만이, 다음 계절을 여유롭게 누릴 수 있다. Modilow와 함께라면, 지금이 그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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